24절기 중 양력 12월 (음력 11월)에는 대설과 동지가 있습니다. 둘 다 본격적인 겨울을 맞이하는 절기입니다. 먼저 오는 대설부터 그 뜻과 유래, 풍습, 음식에 대해 함께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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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 뜻
대설 (大雪)은 24절기 가운데 스물한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로 소설(小雪)~동지(冬至) 사이에 위치합니다. 첫눈이 온다는 소설에 이어 큰 눈이 온다는 의미로 대설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음력 11월, 양력으로는 12/7일~8일 무렵이죠. 2024년 대설은 12/7일 (토)입니다.
24절기 구분
대설은 24절기를 구분하는 태양의 황경이 255도에 도달한 때입니다. 여기서 황경 255도는 무슨 말일까요? 먼저 황도(黃道)는 지구에서 볼 때 태양이 움직인 길입니다. 황경(黃經)이란 이 황도를 따라 태양이 움직인 위치를 각도로 표현한 것이죠.
황경은 춘분점을 기점(0도)으로 구분합니다. 춘분부터 15°간격으로 24 절기가 구분되죠. 황경 255도란 춘분점과의 각도가 255도라는 뜻입니다.
대설 유래
대설(大雪)은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죠. 그런데 재래 역법은 중국 화북지방의 계절을 주로 반영하고 있어요. 지리적으로 차이가 나는 우리나라의 대설에는 적설량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눈이 오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아요. 2021년, 2023년 대설에는 이상 고온으로 11월 날씨를 보였습니다. 남부지방에서는 겨울이 막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죠. 우리나라에는 12월보다 1월~2월에 더 많은 눈이 내립니다.
대설 풍습
대설이 있는 음력 11월은 동지와 함께 한겨울을 알리는 절기죠. 옛 중국에서는 대설~동지까지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었어요. 초후(初候)에는 산박쥐가 울지 않고, 중후에는 범이 교미하여 새끼를 치며, 말후에는 여지(荔枝: 여주)가 돋아난다고 했어요.
농부들에게는 일 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농한기예요.농사일이 한가하고 수확한 곡식들이 곳간에 가득 쌓여 있는 때죠. 당분간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풍성한 시기였어요.
대설에 눈이 많이 오면 다음 해 풍년이 들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고 믿었죠. 하지만 실제로 눈이 많이 오는 경우는 드물었어요.
눈과 관련하여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눈이 많이 내리면 눈이 보리를 덮어 보온 역할을 한다는 거죠. 동해(凍害)를 적게 입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의미입니다. 눈이 많이 오면 눈 가래와 대빗자루로 눈길을 씁니다. 아이들은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도 만듭니다.
겨울철 먹거리 대비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집집마다 콩으로 메주를 쑤어 일 년 동안 먹을 장을 직접 담그곤 했어요. 대설에 메주를 쑤면 맛있다고 정성껏 만들었습니다.
메주를 띄울 때는 며칠 방에 두어 말립니다. 그다음에 짚을 깔고 서로 붙지 않게 해서 곰팡이가 나도록 띄웁니다. 곰팡이가 적당히 뜨면 짚으로 열십자로 묶어 매달아 두는데 푸른곰팡이가 번식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장맛은 메주가 좋아야 하므로 한 해 농사의 결정판이라고 할 만큼 정성을 들입니다.
바람 부는 날에는 연을 만들어 하늘 높이 날렸어요. 대숲에서 대나무를 잘라 낫으로 연살을 만들었죠. 밀가루 포대 종이를 오리고 밥풀을 붙여 연을 만들었어요. 멋진 나무 연 타래를 가진 친구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했지요.
대설 제철음식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 대설에는 호박죽, 굴, 고구마 등의 제철음식이 좋아요. 늙은 호박이나 단호박으로 끓인 호박죽에는 베타카로틴이 많이 있어요.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되어 야맹증, 안구건조증, 시력저하 등 눈 질환을 예방해 줍니다.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 노화 예방에 효과적이며, 체내 면역력을 높여 체력 회복에도 도움을 줍니다.
바다에서 나는 우유라 불리는 귤은 철분이 풍부해 빈혈 예방에 좋아요. 우유보다 더 많은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는 겨울철 식재료 중 하나입니다. 굴은 아연이 풍부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를 높여주어 스태미나 향상에도 좋죠. 타우린이 풍부해 콜레스테롤 수치나 혈압을 낮춰주는 작용을 해요. 타우린은 간 기능 향상, 피로회복, 숙취해소에도 도움을 줍니다.
고구마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 해소에 도움을 줍니다. 고구마도 호박처럼 베타카로틴 성분이 풍부해요. 비타민A와 C는 면역력을 높이고, 눈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고구마 속 섬유질은 혈관 염증을 유발하는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역할을 해요. 고구마는 훌륭한 다이어트식품이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제주도에서 올라온 귤이나 가을에 따서 말린 곶감을 먹었죠. 이른 동지 팥죽이나 시래깃국, 청국장, 만두도 만들어 먹었어요.
대설의 뜻과 유래, 풍습, 음식에 대해 알아봤어요. 대설은 본격적인 겨울을 맞이하는 절기죠. 이름처럼 큰 눈이 내리는 일은 잘 없었지만 조상들은 대설을 지혜롭게 지냈어요. 농한기지만 마냥 쉬는 게 아니라 메주도 담그면서 겨울을 대비했죠. 호박죽, 굴, 고구마 등의 제철음식으로 건강도 챙겼습니다. 우리도 대설을 겨울을 잘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으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