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작년에 이어서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합니다. 2년 연속 시가행진을 하는 건 80년대 이후 처음이라고 하죠. 그동안 시가행진에 대한 논란은 별로 없었는데 최근에는 반대 내지 우려하는 의견도 많습니다. 시가행진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살펴봅시다.
목차
2023년 국군의날 시가행진
이전에는 국군의날 시가행진에 대한 관심이 컸어요. 필자도 사무실에서 시가행진을 본 기억이 있어요. 신문지를 찢어서 날리면서 재미있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국군의 날이니까 시가행진을 하는구나, 멋지네' 그 정도 느낌이었죠.
시가행진은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많이 줄어들었어요. 노태우 정부에선 3년, 김영삼·김대중 정부에선 4년,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5년 주기로 시가행진을 했어요. 문재인 정부 때는 시가행진을 중단했습니다. 현 정부 들어 2023년. 9/26일에 10년 만에 대규모 시가행진이 재개됐죠.
10년 만의 시가행진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비슷한 반응을 보였어요. 대북 강경 분위기 가운데 나온 보기 드문 퍼레이드라는 반응이었죠.
로이터통신은 '한국이 보기 드문 군사 행진으로 핵으로 위협하는 북한에 경고했다'라고 보도했어요. 보통 국군의 날 행사는 조용하게 치러지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인 규모로 진행됐다고 짚었죠. 로이터는 윤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가운데 열렸다고 설명했어요.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도 '수천 명이 비를 맞으며 보기 드문 행진을 벌였다'고 보도했어요. 이번 행진이 북한의 군사 도발에 맞서 국방력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열렸다고 분석했습니다.
아랍권의 알자지라도 '이번 행진은 윤 대통령이 강경한 대북 접근방식을 보이는 가운데 열렸다'라고 짚었어요. 군사 행진은 북한의 특징이라며, 최근 김정은이 러시아와 중국 인사를 초청해 군사 행진을 선보였다고 전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서울의 중심부에서 대규모 군사 행진이 열렸다고 보도했어요. 5년마다 행진을 여는데,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던 문재인 정부 때는 열리지 않았다고 짚었죠.
2024년 국군의날 시가행진
2024년 시가행진은 호국 영웅의 차량 퍼레이드가 이끈다고 합니다.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스텔스 전투기 F-35A 등 최신 공중전력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 전술핵에 버금가는 초대형 8t 탄두의 현무-5 미사일이 나올지 관심사죠. 유엔 의장대도 도보로 행진합니다. 한국전쟁 서울 수복 당시를 재현해서 경복궁 앞 월대에 태극기를 다는 퍼포먼스도 진행됩니다.
올해 국군의날 행사에는 79억 8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됩니다. 지난해에는 101억 9000만 원이 투입됐습니다.
10/1(화) 서울 교통 통제 정보입니다. 참고하세요
국군의 날 시가행진하는 이유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규모 도심 시가행진을 왜 하는걸까요. 국방부가 들고 있는 이유는 3가지입니다.
먼저 군의 사기와 자부심을 높이는데 시가행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군의 사기와 자부심은 국민 신뢰를 토대로 한다고 말합니다. 국민이 군인들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며 격려를 보내 주시면 장병들의 사기로 직결된다고 합니다.
다음은 북한이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대북 억제력 제고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첨단 무기체계를 과시하고, 북한 지도부가 함부로 도발하면 안 된다는 걸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방산 수출 강국인 한국의 무기체계를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다는 논리예요. 방산 홍보 효과로 방산 수출 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가 행진 군사 퍼레이드가 필요한가?
2023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10년 만에 재개되면서 시가행진을 두고 논란이 일기 시작했어요. 반대 내지 우려 의견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어요.
가장 큰 반대 이유는 시가 행진이 권위주의 방식이라는데 있어요. 한국은 민주화 이후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처럼 군사 퍼레이드를 축소해 왔죠. 현 정부가 시가행진을 되살리는 건 사회를 과거로 퇴행시킨다는 주장입니다. 안보 위기를 부각하려는 정치적 목적에 치중했다는 의견들도 있어요.
권위주의 국가의 군사 퍼레이드
군대 시가 행진은 북한, 중국,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 국가가 자주 활용합니다. 정권의 권위를 강화하고, 군사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씁니다. 반면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은 이러한 행사를 자제하거나 대폭 축소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일성 때부터 군사 퍼레이드를 자주 했습니다. 군대를 중심으로 민심을 결집하는 소위 선군 정치의 도구로 퍼레이드를 활용했습니다. 최근에는 핵과 미사일을 과시하는 용도로 쓰고 있습니다.
중국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직후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했습니다. 퍼레이드 행사를 통해 중국 공산당은 새로운 국가 수립을 선포했습니다. 이후 중국은 국경절마다 군사 퍼레이드를 통해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죠.
러시아는 1945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열었습니다. 나치 독일을 물리친 소련군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서였죠. 소련 붕괴 이후 군사 퍼레이드를 축소하거나 중단했다가 푸틴이 집권하면서 재개했습니다. 첨단 무기를 대거 등장시켜서 군사력을 과시합니다
권위주의 국가들은 국민을 결속시키고 정권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군사 퍼레이드를 많이 활용합니다. 공산주의에서 군대는 당의 도구입니다. 군대를 손쉽게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요.
민주 국가는 군사 퍼레이드 축소
민주주의 국가들은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대신 전쟁 희생자나 참전 용사 추모 행사를 합니다. 군대를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군의 정치적 중립을 중시하는 문화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대신 의장대 퍼레이드를 합니다. 알링턴 국립묘지의 무명용사 묘역에서는 경비병 교대식이 엄숙하게 진행됩니다. 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죠. 군인의 헌신과 희생을 기리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프랑스는 특이하게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하는 나라입니다. 프랑스 혁명 당시 반란군이 바스티유 감옥을 부쉈던 바스티유 데이에 행사를 합니다. 프랑스 군대가 '자유 평등 박애'라는 공화국 정신을 수호한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외국 정상을 초대해서 강국의 위상을 유지하려는 목적도 있죠.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 대한 생각
현 정부에서 대규모 도심 군사 퍼레이드가 재개되고 2년 연속 열립니다. 군사 퍼레이드는 권위주의 국가가 주로 쓰는 방식입니다. 과거 군사정권에서 쓰던 방식으로 굳이 되돌아갈 필요가 있을까요.
한국군은 국제 군사력 평가에서 재래식 군사력이 세계 5위권에 들고 있어요. 북한도 잘 알고 있죠. 굳이 군사 퍼레이드를 안 해도 대북 억제력이 달라질까요. 군의 사기나 방산 무기 홍보도 군사 퍼레이드 없이도 잘 해결할 수 있어요.
국가 이미지를 생각해도 군사 퍼레이드는 도움이 안 됩니다. 최근 K-POP 등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죠. 하지만 여전히 한국 하면 전쟁, 북한 핵을 가장 먼저 떠올려요. 군사 퍼레이드는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강화시킬 수 있어요.
시가행진은 국내 상황만 볼 게 아니라 국제적인 시각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이제 한국도 주요 글로벌 국가 중 하나입니다. 보다 넓은 시각에서 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