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이 다가왔어요. 이전보다 김장 담그는 집이 많이 줄긴 했죠. 하지만 아직도 부모님 댁에 모여서 김장 담그는 집들이 꽤 있더군요. 서울시청 광장 등에서 이웃 돕기 김장 행사도 많이 열리죠. 김장 시기, 배추 가격, 김장 비용, 계획,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대해 함께 알아봅시다.
목차
김장 시기
김장은 평균 기온이 4 ℃ 이하로 유지될 때 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겨울의 시작인 입동(立冬, 11/ 7~8일)부터 얼음이 얼고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소설(小雪, 11/22~23일) 전후가 김장철이에요. 보통 중부지방은 10월 말~11월 중순쯤에 하고 따뜻한 남부지방은 11월 중순~12월 초쯤에 합니다. 11/22일은 김치의날입니다.
더 추우면 배추 등 채소가 얼고, 더 따뜻할 경우 김치가 쉽게 시어지죠. 최근 지구 온난화로 김장 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있어요. 배추 가격이 오르면서 배추 가격에 따라 김장시기가 늦춰지기도 합니다. 서울, 경기, 강원지역은 2024/12월 중순 이후에 김장하겠다는 의향이 증가했어요. 겨울에도 김치를 담글 수 있고 사 먹기도 해서 김장을 하지 않는 가정도 늘고 있죠.
김장 배추 가격
1. 10/25일 기준 배추, 무 가격 폭등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무 등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다가 일주일 새 안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요. 시시각각 변하는 김장용 채소 가격을 알아봅니다. 가격 변동이 단기간에 큰 편이라 김장 시점에 시세를 다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2024년 10/25일 기준으로는 배추, 무 등의 가격이 평년이나 작년 대비 매우 높았어요. 배추 10㎏(그물망 3포기)의 전국 평균 도매가는 1만 5620원으로 평년 9625원 대비 62.3% 비쌌어요. 2023년과 비교해도 24.6% 오른 편이죠. 알배기배추도 8㎏당 3만 9120원으로 2023년 2만 5188원보다 55.3% 올랐어요.
깍두기, 열무김치, 오이소박이 등 다른 김치도 마찬가지예요. 10/25일 기준 무 20㎏의 가격은 3만 1020원으로 평년 1만 6062원, 2023년 1만 2324원 대비 각 93.1%, 151.7% 폭등했어요. 열무는 4㎏에 9792원으로, 2023년 6665원 대비 46.9% 올랐어요. 오이 가시 계통 10㎏의 가격은 3만 3500원으로 1주일 사이에 36.7% 올랐죠.
배추, 무 가격 상승은 가을배추·무 재배면적 감소로 생산량이 줄어서죠. 농식품부는 11월 초부터 전남·충남·전북 지역에서 가을배추가 본격 출하되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어요. 이들 지역은 가을배추 재배면적의 절반가량을 차지합니다.
10/25일 기준 배추, 무 도매가격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 10/30 기준 가격 하락세
불과 일주일도 안 지나서 배추값이 하락세로 돌아섰어요. 가을배추 출하 지역이 중부지방으로 확대돼 공급량이 크게 늘어난 영향입니다. 10/30일 한국경제 가격 예측 시스템에 따르면 10/29일 기준 배추 도매가는 ㎏당 913원으로 전주 대비 24.2%, 전월 대비 48.66% 내렸어요. 포기당 1만 원에 육박한 소매가격도 안정을 되찾고 있어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0/30일 기준 배추 한 포기(상품)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6502원으로 전월 대비 32.1% 내렸어요.
배추값이 크게 내려간 건 공급량이 늘었기 때문이죠. 중부지방 낮 최고 기온이 20도 안팎으로 떨어지며 배추 생육에 적정한 조건이 갖춰졌어요. 수확도 강원 고랭지에서 경기, 경북, 충북 등지로 늘어났어요. 11월부터 충청·경상·전라 등 남부지방에서 출하가 본격화하면 시세가 조금 더 안정될 것으로 보여요.
무(-44.48%) 양상추(-24.96%) 토마토(-17.15%) 등 주요 채소류 도매가격도 1주일 만에 크게 내렸어요. 이런 추세라면 본격적인 김장이 시작되는 11월 중순에는 김장 재료 가격이 평년 수준을 되찾을 수도 있어요. 다만 현시점에서 배추로 김장을 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어요. 현재 배추 소매가는 여전히 평년 대비 32.4%가량 높은 수준이죠. 물가협회는 배추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점을 감안해 김장 비용이 더 낮아질 것으로 판단했어요.
김장 비용
현재 올라있는 배추, 무 등 채소류 가격을 감안하면 2024년 김장 비용이 2023년보다 20%가량 더 들 것으로 나타났어요. 10/30일 한국물가협회 조사에 따르면 4인 가족 김장 비용은 약 42만 원으로 전년 대비 19.6% 증가했어요.
대형마트에서 살 경우엔 52만 1440원으로 2023년보다 20.5% 올랐어요. 주재료인 배추와 무 가격이 전년보다 크게 오른 상태라서 전체 비용이 상승한 것으로 보여요. (전년 대비, 미나리 가격 94.5%, 무와 배추는 각각 65.9%, 61.1%씩 가격이 오른 시점에 조사한 비용임을 참고하세요). 반면, 양념 채소류인 대파와 생강 소매가격은 1년 전보다 각각 29.9%, 21.9% 떨어졌고 고춧가루 가격은 7% 내렸어요.
김장 재료는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에서 구매하는 쪽이 10만 2310원가량 저렴했어요. 배추는 전통시장이 포기당 대형마트보다 8.6% 낮았고, 무 가격도 18.7% 저렴했습니다. 물가협회는 김장 성수기인 11월 중순 이후로는 부담이 다소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장재료 수요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4인 가구 기준 김장규모는 18.5 포기로 2023년 19.9 포기보다 7% 줄었습니다. 2024년 김장재료 수요도 2023년보다 3.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장 계획
1인가구 증가와 김장 비용 상승 등으로 김장량을 줄이는 집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소비자 550명을 대상으로 ‘2024년 김장 의향 조사’를 했어요. ‘김장을 전년보다 덜 하겠다’는 응답이 2023년보다 7.8%p 증가한 35.6%로 조사됐어요. 김장량을 줄이려는 이유로는 ‘김장비용 부담’이 42.1%로 가장 컸죠.
아예 김장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어요. 농협 월간농협맛선은 10/18일~ 23일까지 492명의 구독회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어요. 조사 결과 응답자의 92.1%가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 현상에 공감한다고 답했어요. 올해 김장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응답자도 72%나 됐어요. 김장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번거로움(47.2%)’이 가장 많았어요. 이어 가족 구성원 감소(37.6%) > 시간 부족(33.1%) > 김장 재료 가격 상승(30.8%)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어요.
김장
이전에는 겨울에 채소를 구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겨울철에 먹기 위해 늦가을~초겨울에 김치를 많이 담가서 보관했어요 김치를 담그는 행위 또는 담근 김치를 모두 김장이라 부릅니다. 김장 김치는 채소가 부족한 겨울에 주요한 비타민 공급원이 되었어요.
김장의 어원은 한자어 [沈藏(침장) = 딤장]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沈藏 (침장)의 고대 한자음을 반영한 ‘딤장’이 ‘짐장 > 김장’으로 변화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김장의 역사를 입증해 주는 가장 오래된 유적은 속리산 법주사의 돌항아리로 알려져 있어요. 신라 성덕왕 19년(720년)에 설치되어 삼천여 명의 승려를 위한 김칫독으로 사용되었다는 설이 있죠. 이때 이미 김장이 행해졌음을 알 수 있어요. 김장에 대한 기록은 고려 시대 문헌에서 확인됩니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나오는 '무를 장에 넣으면 한여름에 좋고, 소금에 절이면 긴 겨울을 버틴다'는 기록은 당시의 김장 문화를 잘 보여 줍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마을의 김장은 연중행사나 다름없었죠. 지금은 많이 사라진 풍경이에요. 김장의 필요성이 줄어든 이유는 매우 복합적입니다. 핵가족화, 도시화, 아파트 거주,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비닐하우스 재배, 김치 제품 등이죠. 김장을 포기하고 김치를 사 먹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김포족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여전히 많은 집에서 직접 김장을 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맛 때문이죠. 김치 담그는 방법은 지역마다, 집집마다 달라서 집집마다 김치 맛이 다르죠. 본인이나 가족 입맛에 맞는 김치를 재현하려면 직접 김장을 할 수밖에 없죠. 요즘도 가족이나 친지들끼리 모여 김장을 담그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치를 담글 줄 모르는 세대를 위해 김장교실도 많이 열립니다.
김장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1. 김장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지정
2013년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김장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어요. 김장을 위해 모이고, 김치를 나누는 행위가 인류가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산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정식 명칭은 '김장,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 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입니다.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김장이라는 전통문화입니다. 상업화 우려가 있기 때문에 김치라는 구체적인 음식은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지 않아요. 김장은 '김치 담그기'라는 이름으로 국가무형문화재로도 지정되어 있습니다.
2. 무형문화유산의 의미
'김치'는 한국 고유의 향신료와 해산물로 양념하여 발효한 식품입니다. 한국적 방식의 채소 저장 식품이죠. 기록에 의하면 760년 이전에도 한국인의 식단에는 김치가 있었다고 합니다. 밥과 김치는 가장 소박한 한 끼지만 가장 사치스러운 식사에서도 김치는 빠질 수 없는 반찬입니다.
‘김장’은 자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음식 문화입니다. 한국인은 4계절인 자연환경에 가장 적합한 음식 문화를 개발했어요. 김장 준비는 봄부터 시작됩니다. 봄이면 새우, 멸치 등의 해산물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킵니다. 여름에는 천일염을 구해 쓴맛이 빠지도록 합니다. 늦여름에는 빨간 고추를 말려서 가루로 빻아 두죠. 늦가을에 날씨를 고려하여 알맞은 날을 정해 김장을 합니다. 겨울에는 김장독을 이용해 김치를 시원하게 저장해 최고의 맛을 보존합니다.
김장을 하면 집집마다 김치를 나누어 먹습니다. 집마다 김치 맛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집 김치를 맛보면서 창의적인 방법이 공유되고 축적됩니다. 김장, 더 넓게 ‘김치를 담그는 것’은 한국인의 정체성에서 중요한 부분이죠. 김장은 ‘한글’이나 ‘태극기’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여겨져요.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것, 특히 공동 작업인 김장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재확인시켜 주는 일입니다.
김장 시기, 배추 가격, 김장 비용, 김장 계획,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대해 알아봤어요.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김장 문화가 많이 사라져 가고 있죠. 김장을 포기하고 김치를 사 먹는 김포족도 많이 있어요. 그래도 가족 친지들끼리 모여 김장을 담그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많은 전통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지만 김장문화는 잘 살렸으면 합니다. 김장철이 11월 전후라 연말도 가까우니 일종의 홈커밍데이처럼 발전시키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