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해가 이렇게 길어졌지?” “덥긴 한데 아직 한여름은 아닌 것 같고…” 이맘때쯤 우리는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24 절기 중 6월에는 ‘망종’과 ‘하지’가 있어요. 망종(芒種)은 “이제 본격적으로 씨를 뿌릴 때가 왔다”는 자연의 외침이고, 하지(夏至)는 “이제 해가 가장 길어졌다”는 신호탄이죠. 망종과 하지의 뜻, 날짜, 농사 등에 대해 함께 알아봅시다.
목차
망종과 하지란 무엇일까?
1. 24절기란 무엇일까?
절기(節氣)는 옛날 사람들이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만든 계절의 달력이에요.
1년을 24등분해서 만든 24 절기는 각각 15일 정도 간격으로 찾아오며, 농사 시기, 기후 변화, 풍속과 행사까지 알려주는 자연의 길잡이였죠.
예를 들어,
- ‘입춘’은 봄의 시작을,
- ‘소서’는 본격적인 더위의 시작을,
- ‘입동’은 겨울의 문턱을 알렸고,
-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이라는 걸 알려줬어요.
과학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이 절기 시스템은, 오늘날 달력 속 작은 글씨로 남아 있지만, 예전엔 사람들이 농사짓고 살아가는 삶의 리듬 그 자체였답니다.
2. 망종(芒種)은 어떤 절기일까?
망종은 매년 양력 6월 5일~6일 사이, 태양이 황경 75도에 도달할 때 시작돼요. 2025년에는 6/5일 (목)입니다.
‘망종(芒種)’이란 말의 뜻은 이렇습니다.
- “망(芒)”: 벼, 보리처럼 끝에 뾰족한 수염이 달린 곡식
- “종(種)”: 씨앗을 뿌린다는 뜻
즉, “벼와 같은 수염 있는 곡식의 씨를 뿌릴 시기”라는 말이에요.
왜 중요할까요? 바로 벼농사의 타이밍 때문입니다.
- 날이 너무 덥기 전,
- 땅이 말라버리기 전,
- 모내기를 제대로 하려면 이 망종 시기를 놓치면 안 돼요.
그래서 예전 농부들은 망종이 다가오면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논밭에서 분주하게 움직였어요. 그 바쁜 모습에서 생긴 속담도 있죠.
“망종이 지나면 논일이 바쁘다.”
“망종에 씨 안 뿌리면 농부가 운다.”
3. 하지(夏至)는 어떤 절기일까?
하지는 망종 바로 다음 절기로, 양력 6월 21~22일쯤 찾아옵니다. 2025년에는 6/21일 (토)입니다. 이 날은 낮의 길이가 1년 중 가장 긴 날이에요.
태양이 하늘에서 가장 높이 뜨고, 지구 북반구는 가장 오랜 시간 햇볕을 받죠. 하지만 재미있게도, 가장 더운 날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땅이 데워지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거든요.
그래서 본격적인 무더위는 하지 이후 ‘소서’와 ‘대서’ 무렵에 시작돼요.
예전 조상들은 이 하지 무렵에 기우제를 지내고, 보리밥이나 밀국수 같은 시원하고 소화 잘 되는 음식을 먹었어요. 또, 보양식으로 여름 기력을 미리 챙기기도 했죠.
망종과 하지, 자연은 어떻게 변할까?
1. 논과 밭이 살아나는 시간
망종 무렵이면 논밭은 완전히 다른 세상처럼 바뀌어요.
- 논에는 물이 차고,
- 농부들은 모를 들고,
- 허리를 구부린 채 논두렁 사이를 바쁘게 움직입니다.
이 시기엔 새싹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햇살 아래 반짝이는 논의 물결이 마치 작은 거울처럼 반사돼요. 또, 보리는 이미 익어 황금빛 물결처럼 출렁이고, 타작 준비도 시작돼요.
말 그대로 "곡식과 사람 모두가 바빠지는 계절"입니다.
2. 해는 길어지고, 그림자는 짧아져요
하지 무렵이 되면 이상하게도 “벌써 7시인데 왜 이렇게 밝지?” 하고 놀라곤 하죠. 그 이유는 하지가 낮이 가장 긴 날이기 때문이에요.
낮이 약 14시간 40분이나 되기도 해요. 이맘때 아이들은 밖에서 더 오래 놀 수 있고, 어른들은 “오늘 하루가 참 길구나” 하고 느끼게 되죠.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 하지엔 그림자가 가장 짧아져요.
정오 무렵, 태양이 가장 높이 떠서 사람이나 나무의 그림자가 발밑으로 쪼그라들어요. 여름의 중심이란 증거죠.
3. 식물과 동물도 달라져요
하지 이후, 식물은 정말 빨리 자랍니다.
- 벼는 푸르게 뻗어나가고,
- 나무는 잎을 더 짙게 내며,
- 과일은 점점 더 당도를 높여요.
곤충들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 매미는 아직 울지 않지만 준비 중이고,
- 개구리는 논에서 밤새 합창을 해요.
- 참새, 제비, 딱새 같은 여름철새들도 열심히 활동하죠.
이 시기는 생명이 한창 활동을 시작하는 자연의 무대입니다.
조상들은 망종과 하지를 어떻게 보냈을까?
1. 바쁜 손길의 망종 풍경
망종은 농가의 전쟁 같은 절기였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변하고, 씨를 뿌리는 시기를 놓치면 한 해 농사가 흔들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죠.
조상들은 해 뜨기 전부터 준비해서
- 모내기,
- 보리 베기,
- 콩, 팥, 조 같은 작물 씨 뿌리기 등으로 하루를 꽉 채웠어요.
2. 하지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하지 무렵에는 일년 중 추수와 더불어 가장 바빴어요. 메밀 파종, 누에치기, 감자 수확, 고추밭매기, 보리 수확 및 타작, 모내기 등이 모두 이 시기에 이루어졌어요.
남부지방에서는 단오를 전후하여 시작된 모심기가 하지 무렵이면 모두 끝나는데, 이때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됩니다. 따라서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는 뜻으로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내린다.”라는 속담도 있었습니다.
하지가 지나면 모심기가 늦어지기 때문에 서둘러 모내기를 해야 했지요. “하지가 지나면 오전에 심은 모와 오후에 심은 모가 다르다.”라는 속담은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 또한 이날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어요.
농촌에서는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어요.
3. 지금 우리에겐 어떤 의미일까?
요즘은 씨를 뿌리거나 기우제를 올리진 않지만, 망종과 하지의 의미는 여전히 살아 있어요.
우리는 망종 즈음에 여름옷을 꺼내고, 하지 무렵엔 선풍기와 에어컨을 점검하며,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건강을 챙기기 시작하죠.
절기는 우리 몸과 생활의 리듬을 정리해주는 자연의 캘린더예요. 바쁜 일상 속에서 절기를 잠깐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자연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망종과 하지의 뜻, 날짜, 농사 등에 대해 알아봤어요. 이전에 망종과 하지는 농사와 삶의 리듬을 정돈해주는 자연의 시계였지요. 망종은 "지금이 씨를 뿌릴 타이밍이야" 하고 알려주고, 하지는 "햇볕이 가장 강하니, 여름 준비를 제대로 해야 해" 하고 경고해 주죠. 오늘날도 자연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삶과 계절을 안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