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이라는 말은 자주 이슈가 되지만, 막상 그 안을 들여다보면 참 복잡하고 미묘합니다. 사람들은 기득권을 부정적으로 말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은 가지고 싶어 하고, 빼앗기기 두려워하며, 때로는 남의 것을 비난합니다. 기득권을 심리학자, 철학자의 시각에서 함께 알아봅시다. 한번 읽어보시면 늘 문제가 되는 기득권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목차
심리학자들이 본 기득권의 본질
1. 에리히 프롬(Erich Fromm):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은 저서 [소유냐 존재냐]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대인은 자신이 무엇을 갖고 있는지로 자신을 판단한다. 결국 그는 갖고 있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기득권은 바로 이런 “소유 중심의 자아”를 대표합니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직위, 연봉, 학벌, 배경 등을 자기의 일부처럼 느끼기 때문에, 그것을 잃는 순간 존재 자체가 무너지는 공포를 느낍니다.
그래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행동은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존재에 대한 심리적 방어이기도 하죠.
실제 사례:
- 기업 고위직에서 해고된 후 삶의 의미를 잃고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
- 이들은 일자리를 잃은 것이 아니라, 자기 존재의 정체성을 잃었다고 느낍니다.
2. 아브라함 매슬로우(Abraham Maslow): 욕구 5단계 이론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욕구를 발전시킵니다.
- 생리적 욕구
- 안전 욕구
- 사회적 소속 욕구
- 존경 욕구
- 자아실현 욕구
기득권은 특히 4단계(존경)와 5단계(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입니다.
- 고위직, 명문대, 특권층 → 남들의 인정과 존경을 받음
- 정책 결정, 영향력 행사 → 자율성과 의미를 느끼며 자아실현 추구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은 곧 이 고차원적 욕구를 지키려는 심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위협받을 때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고, 때로는 비합리적인 행동에 이르기도 하죠.
실제 사례:
정치인이 은퇴 후에도 각종 위원회, 단체를 통해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려는 이유도 존경받고 싶은 욕구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3. 존 하이트(Jonathan Haidt): 도덕적 직관이론
하이트는 인간은 합리적 판단보다 직관과 감정에 의해 먼저 반응한다고 설명합니다.
기득권층이 “우리는 노력했기에 지금 위치에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할 때, 그 이면에는 정당화하고 싶은 감정이 있습니다.
- “내가 가진 걸 정당하게 여겨야 내가 편하다”
- “이건 정의로운 질서야. 괜히 흔들지 마”
이처럼 도덕은 때로 자기 이익을 정당화하는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기득권층은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이 윤리적이라고 믿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 사례:
부유한 부모가 “우리 아이는 당연히 더 좋은 교육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할 때, 이는 도덕 감정을 자기 유리하게 동원한 예입니다.
철학자들이 본 기득권의 모순
1. 존 롤스(John Rawls): 정의론과 무지의 베일
롤스는 [정의론]에서 “공정한 사회란 자신이 어떤 위치에 태어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설계된 사회”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이라고 부릅니다.
즉, 내가 부자든 가난하든, 지배층이든 하층민이든 어느 입장에서든 공정한 사회 구조를 만들자는 뜻입니다.
기득권의 철학적 모순:
기득권자는 “내가 열심히 해서 얻은 거야”라고 말하지만, 사실 출발점 자체가 달랐다면 그 위치에 있지 않았을 수도 있죠.
실제 사례:
한국 사회의 ‘금수저-흙수저’ 담론은 이 롤스의 이론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태어날 때 이미 교육·부동산·인맥에서 출발선이 다르다면, 그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구조적 특권입니다.
2.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해체주의와 중심 비판
데리다는 “모든 중심은 권력을 갖는다”고 말합니다. 기득권은 바로 중심이 되기를 원하는 심리, 중심이 된 후 주변을 통제하려는 심리입니다.
하지만 데리다는 “중심을 절대화하면 주변의 다원성과 가능성이 억압된다”라고 비판합니다.
즉, 기득권은 구조적으로 다른 가능성을 막는 체계가 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실제 사례:
명문대 중심 채용, 서울 중심 정책, 주류 언어 중심 교육 → 다양성과 창의성 억제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정체와 경직으로 이어집니다.
3. 공자(孔子): 군자와 소인의 차이
공자는 [논어]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군자는 의를 따르고, 소인은 이익을 따르며, 기득권은 이익에 따라 자리를 고수하려 한다.”
공자의 철학에 따르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불의를 행하면 이는 ‘소인’의 태도입니다. 반대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공익과 조화를 위해 행동하면 ‘군자’입니다.
즉, 진정한 지도자는 자신의 자리보다 사회 전체의 균형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 사례: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득권과의 타협 없이 개혁을 추진하다가 외롭게 물러난 지도자”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기득권을 넘어서려는 군자의 길을 걷는 건 늘 쉽지 않습니다.
기득권을 넘어서기 위한 사유
1. 실존주의 관점: 장 폴 사르트르
사르트르는 인간은 정해진 본질 없이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즉, 기득권이 있든 없든, 우리는 언제든 새롭게 의미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선택을 통해 자기 자신을 규정한다.”
기득권을 잃는 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자아를 향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2. 불교적 관점: 무상과 무아
불교는 모든 것은 변하고, 집착은 고통을 낳는다고 봅니다. 기득권에 집착할수록, 우리는 고통에 묶이고 변화에 취약해집니다.
“모든 것은 변하므로, 가진 것을 쥐려는 마음 자체가 고통이다.”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소멸이 아니라 해방일 수 있습니다.
3. 사례: 넷플릭스 CEO의 급여 제한 정책
넷플릭스는 임원들의 연봉과 보상을 자율성과 책임에 기반해 공개적으로 조정합니다. 이는 “기득권을 누리되, 투명하게 책임지자”는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이런 접근은 기득권이 ‘고정된 권력’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신뢰받는 위치일 때에만 의미가 있음을 알려줍니다.
기득권을 심리학자, 철학자의 시각에서 알아봤어요.심리학자들은 말합니다. 기득권은 내가 누구인지 착각하게 만드는 위장된 자아일 수 있다고. 철학자들은 경고합니다. 기득권을 절대화하는 순간, 우리는 정의와 공동체를 잃을 수 있다고. 기득권이 투명하게 작동하고, 그 혜택이 열려 있으며, 누구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사회 - 그런 사회가 더 건강하고 자유로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