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은 단군이 한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세운 날로 알려져 있습니다. 개천절 이야기 마지막 편으로 한민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민족의 개요, 기원, 형성, 언어와 문자, 민속 문화, 전통 생활 문화 등을 함께 알아봅시다.
목차
한민족 (韓民族) 개요
한민족은 한국어를 사용하며 한반도를 중심으로 공동의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는 아시아계 민족이라고 정의할 수 있어요.
‘한인(韓人)’이라고도 하며, 북한과 일본에서는 ‘조선민족(朝鮮民族)’이라는 명칭을 사용합니다. 중국에서는 조선족(朝鮮族),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등지에서는 고려인(高麗人)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피부색이 황갈색인 몽골로이드(Mongoloid) 인종에 속합니다. 갈색 눈, 흑색의 곧은 머리, 평평한 얼굴과 코 등이 특징이죠.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등 동 아시아, 동남아시아의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터키족, 아메리칸 인디언이 이에 속합니다.
알타이어 계통의 고유어인 한국어(韓國語)를 사용하며, ‘한글’이라는 고유한 문자를 지니고 있어요. 한반도와 만주 지역에서 청동기 시대부터 다양한 국가를 구성하여 살아왔죠. 지금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두 개의 국가로 분단되어 있어요.
현재 한민족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8천만 명 정도가 분포하고 있어요. 대한민국에 5천만, 북한에 2천4백만 명 정도가 살고 있죠. 중국에는 지린성[吉林省]의 연변조선족 자치주(延邊朝鮮族自治州)를 중심으로 2백만 명 정도가 살고 있어요.
일본에 90만 명, 연해주와 중앙아시아에 60만 명 정도가 분포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도 230만 명 이상 거주하고 있어요.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지로도 분포 지역이 확산되고 있죠.
한민족의 기원
민족주의 관점에서 한민족은 반만년 동안 혈연적 동일성을 지닌 단일민족임을 강조합니다. 한민족은 상대적으로 단절된 한반도를 배경으로 고유한 언어적·문화적 공동체를 이루어 생활해 왔어요. 하지만 단일한 혈통이라는 것은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죠.
한민족이 언제 어떤 경로로 형성되었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어요. 북방의 대륙과 남방의 해양에서 다양한 집단이 한반도로 이주하고 교류·융합하면서 한민족이 형성되었다는 것은 신화, 고고학, 역사학으로 확인됩니다. 유전학적 연구에서도 한민족이 북방계와 남방계의 유전적 다양성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어요.
한민족의 기원에 관해서는 신화나 설화가 전해지지 않아요. 단군신화가 한민족의 기원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고조선의 건국신화이지 한민족의 신화는 아니죠. 게다가 단군신화와 달리 난생(卵生)을 특징으로 하는 건국신화들이 여럿 있어요. 따라서 한민족의 기원에 관한 신화, 인류학적 연구는 해명되지 않은 문제들이 많아요.
한반도에서 농경과 정착 생활이 시작된 것은 신석기 때부터입니다. 한반도의 신석기 문화는 만주와 몽고, 시베리아 남부와 비슷하게 나타나요. 한반도와 만주에서는 밑이 빗살무늬토기가 발견되는데, 시베리아 신석기 문화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합니다.
신석기시대 시베리아의 북방 몽골로이드 집단이 몽고와 만주를 거쳐 한반도로 와서 한민족의 모태가 되었다는 해석이 일반적입니다.
기원전 10세기 청동기 문화에서는 랴오닝 지방과 한반도에서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독특한 청동기 문화가 나타났어요. 특히 비파형 동검은 이 지역에서만 출토됩니다. 청동기시대에 몽고 등 북방 문화권과 구별되는 한민족의 문화적 틀이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랴오닝 청동기문화를 기반으로 고조선을 세워 독자적인 세력권을 형성했어요. 기원전 4세기 이후에는 랴오허 유역과 한반도의 서북부를 다스리며 세력을 떨쳤죠. 중국 문헌에서는 랴오닝 지방과 한반도의 세력을 숙신·조선(朝鮮)·한(韓)·예·맥 등으로 기록하고 있어요.
전국시대와 진·한(漢) 교체기의 혼란을 피해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서 이주해오기도 했어요.
한민족의 형성
한민족의 언어, 문화, 민족의식이 언제, 어떤 경로로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학계의 해석은 다양합니다. 한민족의 형성 시기에 관해서도 다양한 학설이 있어요.
근대 이전에 형성되었다는 전근대형성설과 근대 민족국가의 수립 과정에 형성되었다는 근대형성설로 나뉩니다. 전근대형성설은 형성 시기에 따라 세 가지로 다시 구분됩니다. 신라의 삼국통일, (발해 유민까지 통합한) 고려 건국, 조선의 건국을 각각 한민족의 형성 시기로 봅니다.
한민족의 민족의식의 형성과 언어의 통합은 고려시대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신라의 삼국 통일은 한민족의 동질성을 높여 민족문화의 기반을 형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죠. 하지만 여전히 신라와 발해라는 두 개의 국가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었어요. 민족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한계가 있었죠.
그래서 한민족이 동질감과 민족적 정체성을 형성한 것은 고려시대 이후로 볼 수 있어요. 고려는 후삼국을 통일하고 발해 유민을 흡수하면서 민족적 정체성 형성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죠. 고려는 실질적으로 한민족을 하나의 국가로 통합했어요. 고구려를 계승한 북진정책으로 거란·여진 등 북방 민족과 대립하면서 민족적 정체성을 형성했죠.
수도인 개성의 언어를 중심으로 언어의 통합도 이루어졌고, 현대 한국어의 모체가 되었어요.
고려 후기에는 몽고의 침략과 지배를 받으면서 민족의식이 크게 고양되었죠.
단군 신화를 서술한 이승휴의 제왕운기나 고구려를 건국한 동명왕에 관한 영웅서사시인 이규보의 동명왕 편(東明王篇) 등이 지어졌어요. 민족의식은 1392년 건국된 조선 전기까지 이어져요. 1443년 한글의 창제는 민족적 자각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한국어와 한글
한민족은 한국어(Korean language)라는 고유한 언어와 한글(Hangul)이라는 고유한 문자를 사용합니다. 한국어는 북한에서는 조선말이라고 불리며, 러시아나 중앙아시아에서는 고려말이라고도 해요.
한국어는 몽골어, 만주어, 퉁구스어, 튀르키예어 등 알타이 어족(語族) 언어들과 주어-목적어-동사의 어순이 같아요. 모음조화, 두음법칙 등의 문법도 비슷하죠. 하지만 다른 언어들과 어휘의 유사성이 적고 음운 규칙의 차이가 커서 계통성이 명확하지 않아요. 따라서 다른 언어와 친족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고립된 언어(language isolate)로 간주됩니다.
한글은 1443년 세종이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창제하여 1446년에 반포했어요. 말소리를 기호로 나타내는 표음문자이며, 로마자와 마찬가지로 기호 하나로 음소 하나를 나타내는 음소 문자입니다.
한민족의 민속
한민족은 농경생활에 바탕을 둔 고유문화를 발전시켜 왔어요. 설날, 한가위 등을 주요 명절로 삼았죠. 절기에 맞춰 오곡밥·송편·귀밝이술·팥죽 등의 음식을 먹었어요. 쥐불놀이·지신밟기·화전놀이·널뛰기·그네뛰기·강강술래·씨름·탈춤 등의 민속놀이도 즐겼죠.
관혼상제도 중시해 아기가 태어나면 백일잔치와 돌잔치를 벌입니다. 혼례는 약혼·날받이·납폐·혼례식 등 절차에 맞추어 진행했죠. 60세가 되면 10년마다 환갑·칠순·팔순·구순 잔치를 벌였어요. 결혼 60년이 되면 회혼례를 열어 축하했죠.
삼국시대 이후에는 유교와 불교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전통 민속 신앙도 외래 종교나 사상과 융합되며 꾸준히 영향을 끼쳤죠. 전통 무속 신앙의 제의를 굿이라고 하며, 제의를 주관하는 샤먼(shaman)을 무당이라고 합니다. 당산제·서낭제·당제 등 마을 제사를 지내기도 했어요. 마을 주변에 장승·수구막이·솟대 등도 세웠죠.
한민족은 씨름·줄다리기·활쏘기·말타기·격구 등의 운동 경기도 즐겼어요. 박(수박), 택견 등 전통 무예는 지금도 전해지고 있죠. 각희라고도 불리는 택견은 발을 사용해 상대를 차거나 쓰러뜨리는 경기로 열렸어요. 활쏘기도 매우 좋아했는데, 국궁으로 전승되고 있어요.
한복, 한식, 한옥
한민족의 전통 의상을 한복(韓服)이라고 합니다. 남성과 여성 모두 상·하의가 나뉘어 있어요. 상의를 저고리라고 하며, 여성은 하의로 치마를 입었고, 남성은 바지를 입었어요. 추워지면 조끼·마고자·두루마기 등을 겹쳐 입었죠.
광목이나 무명으로 만들어 입었고, 명주와 모시, 삼베 등이 사용되기도 했어요. 봄과 가을에는 겹으로, 여름에는 홑으로, 겨울에는 솜을 넣어 누벼서 입기도 했죠.
한민족의 전통 음식을 한식(韓食)이라고 합니다. 한식은 밥, 국, 반찬들로 이루어지죠. 쌀과 보리 등의 곡물을 물로 끓여 만든 밥이 주식입니다. 쌀로 만든 쌀밥이나 쌀에다 보리, 콩, 팥 등을 섞어서 만든 잡곡밥을 주로 먹어요.
국은 밥과 함께 먹는 국물 요리로 물에 채소나 어패류, 육류 등을 넣고 끓인 음식이죠. 한식의 대표적인 반찬은 김치예요. 콩을 발효시켜서 만든 간장, 고추장, 된장 등의 장류가 발달한 것도 한민족 음식 문화의 중요한 특징이죠. 간장과 고추장, 된장은 모두 콩으로 메주를 쑤어 발효·숙성시켜 만들어요. 전통 음식에서 간을 맞추고 맛을 내는 조미료로 널리 사용되죠.
한민족의 전통 건축물을 한옥(韓屋)이라고 합니다. 하천 유역이나 평야 지대에서는 볏짚, 새, 갈대 등을 지붕 재료로 사용한 초가집이 많이 있었어요. 산간 지대에서는 나무를 쪼개어 지붕 재료로 사용한 너와집이 일반적이었죠. 부유한 계층은 흙을 구워서 만든 기와를 지붕 재료로 사용한 기와집을 짓고 살았어요.
황토에 볏짚 등을 섞어서 벽을 만든 흙벽집이 일반적이었어요. 산간 지대에서는 통나무를 층층이 쌓아서 벽을 만든 귀틀집이나 나무판자를 사용한 판잣집을 짓고 살았죠.
한옥의 구조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었어요. 추운 북부 지방이나 산간 지역에서는 대들보를 중심으로 방들이 겹으로 배치된 겹집의 형태를 띠었죠. 다른 지역에서는 공기 순환과 채광에 유리하도록 대들보 아래에 방을 나란히 배치한 홑집의 형태로 집을 지었어요.
한옥은 온돌로 방바닥을 데워 난방을 하죠. 방과 방 사이에 마루를 두어 여름철에 더위를 피했어요. 온돌은 한민족의 전통 난방 방식이죠. 연기가 나가는 길인 구들고래를 만들고 그 위를 얇고 널찍한 돌로 구들장을 덮은 뒤 흙으로 메워 방바닥을 만든 것입니다.
아궁이에 불을 때면 연기가 구들장 밑을 지나면서 방바닥이 따뜻해져요. 흙으로 덮은 방바닥 위에는 짚으로 엮은 명석이나 기름을 먹인 두꺼운 종이로 장판을 깔았어요.
한민족의 개요, 기원, 형성부터 한복, 한식, 한옥까지 우리의 자화상을 그려봤어요. 한반도라는 약간 분리된 공간이 한민족 고유의 문화를 더 잘 지키게 했군요. 우리 민족은 참 지혜롭고 자랑스러운 민족입니다.